25년전쯤으로 기억한다
한 권의 책이 사람의 마음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은 일이 일어났다
이게 소설이야?
상식적으로 소설은 픽션인데 이건 픽션을 초월하는 거 같은데?
이 책은 머리로 쓴 게 아니라 자기 얘기를 진솔하게 쓴 거 같은데?
당시 기업윤리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필자에게
이 책은 충격으로 다가 왔다
이 책은 소설형식으로 쓰여진 경영서적에 가까웠다
다섯권 한묶음을 처음에는 소설로 읽었고
다시 한번 읽으면서 마음에 간직할만한 키워드나 문장을 정리해 보았다
기업윤리 관련 다른 책은 그 뒤로 손대지 않았다
200여 년 전 이 땅에 실재했던 의주 상인 임상옥林尙沃
그는 상인商人으로 출발해서 상업지도商業之道를 깨닫고 상불商佛이 된 인물이다
당시까지 필자는 임상옥에 대해 전혀 몰랐다
그런 임상옥의 삶을 그대로 뒤쫒은 사람이 있었으니 그는 작가 최인호
200년이라는 시차가 있지만 그 둘은 마침내 만났다
어디서 언제 만났냐는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 만났다는게 중요하다
필자가 늘 주장하는 “이해는 지식이 아니라 상상이다”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으니 정정한다 “이해는 지식에 기반한 상상이다”
그리고 작가 최인호는 가포稼圃 임상옥이 불러주는대로 받아쓰기한 것이다
그 받아쓰기한 책이 바로 대하소설 《商道》다
《商道》는 가포 임상옥의 자전적 소설인 셈이다
임상옥林尙沃은 그 외에 《가포집》과 《적중일기》라는 두 권의 책을 남겼는데
아쉽게도 이 두 권의 책은 전해지지 않는다
대신에 동향 사람이 남긴 연암집에 임상옥에 대한 글이 짧게 실려있고
그 안에 “의문의 열 자”가 임상옥이 한 말이라고 분명히 쓰여있다
이제 자신도 나이를 먹어가면서,
그 동안 상술로만 여겼던 자신의 원칙들을 되돌아 보며 임상옥은 적는다
“장사란 이익을 남기기보다 사람을 남기기 위한 것이다
사람이야말로 장사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이윤이며,
따라서 신용이야말로 장사로 얻을 수 있는 최대의 자산인 것이다”
작은 이익에 매달리는 상술이 아니라
상도商道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살아있는 사업의 지침서로서
조금도 손색 없는 가르침이다
“결국 상도商道의 종착점은 사람이구나”
작가 최인호는 글쓰기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글쓰기는 내가 쓰는 것이 아니라 받아쓰기다”
필자 또한 같은 생각이다
“글쓰기는 쓸 수 밖에 없는 것들이 저절로 써지는 것이다”
지금도 내 서재 눈높이에 자리하고 있는 《商道》
《商道》는 위대한 경영서經營書이다
《商道》는 위대한 실천적인 사업지침서事業指針書이다
작가 최인호가 의도한 바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분명한 사실이다
경영이라고 하는 말은 매우 넓은 개념이다
그 안에는 경영전략, 마케팅, 인사, 재무, 연구개발, 기술, 생산, 구매 등등
매우 넓은 영역으로 나누어서 접근하고 있다
왜? 경영의 목적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아닐까?
200년전 이 땅의 위대한 GURU 임상옥은 차분하게 말했다
지금 시대의 용어로 해석하면
“경영의 목표와 목적은 사람이다”
이를 받아쓰기한 작가 최인호 또한 GURU로 평가 받아 마땅하다
《商道》 안에는 경영의 모든 분야와 경영자의 모든 관심사가 총 망라되어 있다
위대한 내용이 조금도 부족함 없이 꽉 차 있다
게다가 소설 형식으로 쓰여있어서 읽기도 편하다
작가 최인호는 경영의 위대한 스승인 GURU가 되어 마땅하다
많은 경영관련 서적을 읽으면 읽을수록
서구에서 GURU로 칭송받는 인물들의 책을 읽어보면
내게 주는 느낌은 많이 부족하다 《商道》에 비하면
나는 평생 글만을 써온 한 사람의 작가를 신성시하려는 의도는 없다
내가 읽어본 그 어느 경영서 보다도 이 책이 단연 으뜸이라고 말하고 싶을 뿐이다
가장 큰 가르침이 무엇인가?
스스로 생각하고 깨우치게 해주는 것 아닌가?
《商道》야 말로 사업과 경영을 하겠다는 사람이라면 필독서必讀書이다
常常
(2013.10.13)
“장사란 이익을 남기기보다 사람을 남기기 위한 것이다
사람이야말로 장사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이윤이며,
따라서 신용이야말로 장사로 얻을 수 있는 최대의 자산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