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들은 얘기가
생기 있게 내 안에서
살아 움직이는 경우가 왕왕 있다
농가에 불이 나면
아주 곤혹스러운 것이
외양간에서 소를 끌어 내는 것이다
‘소’라는 녀석은
불이 났어도
외양간 밖으로 나오려 하지 않는다
제아무리 힘센 장수가
잡아 끌어도
소는 밖으로 나오려 하지 않는다
이 경우,
간단히 소를
밖으로 나오게 하는 방법이 있다
‘여물통’을 뒤집어 엎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면 소는
이상하리만큼
쉽게 외양간 밖으로 나온다
왜 그럴까?
‘소’라는 녀석은
여물통이 뒤집어 엎어진 순간
여기서는 더 이상 먹을 게 없다고 판단하고는 밖으로 나온다
나 또한 살아오면서 몇 번의 위기가 있었다
가진 것을 다 내어 놓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몰린 적도 있었다
스스로 외양간을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
하늘이 원망스럽고
또 원망스럽고
내가 원망스러웠다
다시 생각해보면
나의 욕심에서 비롯된 것인데
괜히 하늘 탓을 한 것이다
다행히 내 안에는
다시 일어나겠다는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설명하기 어려운 오뚝이 인자가 있는 것 같다
하늘의 뜻이 그러할 진데
내가 무슨 수로 거역할 수 있겠어
받아들이는 수밖에
돌이켜 보면 위기가 있을 때마다
여물에 취해 있었다.
그래서 하늘은 내 여물통을 엎어버린 것이고
어리석게도 나는 분노로 대응한 꼴이었다
사실 하늘은 분노한 게 아니라
새로운 삶을 찾으라는 매서운 채찍질이었는데
지금 이 순간
실의에 빠져 있거나
절망적인 상황에 빠져있는
신중년이 있을 수도
그렇더라도 세상 끝났다고 생각하지 마시라
상황을 벗어나기가 무척 어렵다는 거 인정
그래도
자신의 여물통을 스스로 엎어 버릴 용기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하늘은 지혜로 답한다는 걸
신중년들이 느껴보았으면 한다
불이 났을 때,
소를 구하기 위해
주인이 여물통을 뒤집어 엎듯이
나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여물통을 스스로 뒤집어 엎어라
常常
(201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