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하나쯤은 깊게 빠져보는게 있다
필자에게는 와인이 그랬고 지금은 생활의 즐거움이 되었다
와인을 마시다 보면
데일리 와인(Daily Wine)이라는 말을 듣게 된다
누구나 매일 마실 수 있는 와인이란 뜻일 것이다
그럼 좋은 데일리 와인의 조건은 무엇일까?
첫째, 가격부담이 없어야 하고
둘째, 맛이 있어야 하고
셋째, 스토리가 좋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좋은 데일리 와인의 조건이다
이 데일리 와인급에서 프리미엄 와인을 뛰어넘는
숨은 진주 와인을 만났을 때 그 기쁨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와인을 마시면 마실수록
데일리 와인 가치의 재발견에
그저 즐거울 뿐이다
고급 승용차가 가치 있는 차인가
아니면 누구나 편하게 타는 차가
가치있는 차인가의 논쟁과도 같다
필자는 누구나가 편하게 타는 차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고 싶다
마찬가지로 와인에서도
누구나가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데일리 와인에 더 큰 가치를 주고 싶다
이태리 와인 중에 수퍼투스칸이 있다
수퍼투스칸 와인은 출발부터가 재미있다
이태리도 프랑스 못지 않은 와인 생산국이며 소비국이다
자국 와인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런 이태리를 대표적인 와인생산자 한 곳이 자국의 토종 포도품종이 아닌
프랑스 포도품종으로 와인을 만들었다
당연히 평가가 좋을리 없고 겉으로 표시는 안해도 불쾌했을 것이다
그런데 세계시장에서의 평가는 무척 좋았고 반응은 엄청났고 사람들은 반겼다
수퍼투스칸 와인의 의미를 요약해 보면
- 자국의 토종 품종이 아닌 외래 품종으로 승부
- 맛과 향이 매우 훌륭한 와인 생산
- 출시와 함께 세계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고 지금까지도
- 역으로 이태리 와인의 품질 향상에 기여
수퍼투스칸으로 알려진 와인들은 비싼편이다
지금도 일부 유명 수퍼투스칸은 계속 가격이 오르고 있다
그런데 수퍼투스칸 생산자 중에 여전히 좋은 가격으로 공급하는 곳들도 있다
필자가 아는 수퍼투스칸 가운데 몇몇 와인들은 데일리 와인급이다
그 중 하나만 소개하면,
토스카나 지방의 키안티 클라시코를 중심으로 25세대를 이어온 생산자가 있다
〈키안티 와인의 아버지〉라고 알려져 있는 패밀리가 생산하는 와인이 그렇다
맛 가격 스토리 모두가 훌륭하다
인생의 굴곡을 어느 정도는 경험한 신중년들은 생각의 한계를 넘어설 필요가 있다
필자는 생각의 한계를 넘어야 하는 명확한 이유를 와인을 통해서도 강하게 배웠다
와인 하면 프랑스 France
프랑스 와인 하면 보르도 Bordeaux
보르도 와인 하면 메독 Medoc
메독 하면 그랑크뤼 Grand Cru
공식 같은 연결 고리다
그랑크뤼가 무엇이고 언제 누가 어떻게 이 등급제도를 정했는지는
인터넷을 조금만 서치해 보면 알 수 있기에 여기서 설명은 생략
1855년에 제정된 등급 분류이므로
이 등급이 와인의 품질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점
낮은 등급의 와인이더라도 1등급에 버금가는 품질의 와인이 있다는 점
보르도 전체가 아닌 좌안의 메독 중심이라는 점
그러기에 우안의 와인 명산지 뽀므롤에서는
지금까지도 이런 등급제도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는 점
급기야 프랑스 내부에서도 그랑크뤼 등급제도 자체를 무시하고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포도를 재배 양조하는 생산자들이 등장했고
이들이 유명 와인 평론가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
그랑크뤼 와인 가격을 훌쩍 뛰어 넘는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는 사실
필자는 이런 사실들을 사업적으로 매우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어떤 특별함 보다는 아주 평범함으로
그러나 그 안에 영혼을 갈아 넣고 최선을 다하는 그들
좋은 토양을 찾고 떼루아에 맞는 품종을 재배하려는 농부의 마음
해마다 포도의 맛은 조금씩 다른데 여기에 그들만의 양조 기술을 더해서
전통의 맛과 향을 유지하면서 최고의 맛과 향을 끊임없이 만들어 내려는 장인정신
그리고 기다림 그 시간의 미학을 오랜 경험으로 그들은 알고 있다
이것이 우리가 별 생각 없이 마시고 있는 와인의 가치이며 철학이다
필자가 데일리 와인급에서도 훌륭한 와인을 찾으려고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필자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데일리 와인급에서
농부의 마음, 장인의 마음, 시간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와인을 만나면
너무 행복하다 말하고 싶고 자주 만나고 싶다
그리고 마시는데만 그치지 않고
자신의 사업에 적용해서 이를 실천해 본다면
더욱 즐겁고 의미있지 않겠는가
지독스런 평범함을 통해서
끊임없이 가치를 끌어올리려는 사업모델이야말로
필자가 아니 우리 신중년들이 추구하고 지켜가야 할 가치라고 생각한다
常常